“국가DX 위해선 ‘개개인의 디지털전환’도 중요해”
김광훈 한국인터넷정보학회 회장, “초연결시대 개인과 정부 모두 변해야”
[산업일보] 기사원문 바로가기: “국가DX 위해선 ‘개개인의 디지털전환’도 중요해” (kidd.co.kr)
우리는 이미 4차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안에 있다. 은행에 가지 않아도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누워서 음성인식으로 전등을 켜고 끌 수 있으며, 집밖에서 내 반려동물이 잘 지내는지 홈CCTV로 확인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기술이 활용 영역을 넓혀갈수록 이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보안’의 중요성도 덩달아 높아져만 가고 있다. 기자는 김광훈 한국인터넷정보학회장을 만나 4차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기술과 보안에 대해 물었다.
그는 보안의 취약성이 개인, 기업, 정부를 가리지 않고 파고들어 많은 것들을 앗아갈 수 있는 만큼 ‘개인의 디지털전환’도 필수적이라 강조했다. 다음은 김광훈 학회장과의 일문일답
김광훈 한국인터넷정보학회 회장
Q. 4차산업혁명과 함께 모든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된 초연결시대, 보안에 대한 중요성은 더더욱 강조되고 있다. 최근 보안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트렌드를 꼽아달라.
보안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일명 양자암호와 포스트-양자암호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양자컴퓨터가 전통적인 정보통신 암호체계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존의 컴퓨팅 머신 실행성능으로는 해독의 거의 불가능했던 부분들이 양자컴퓨팅 머신 실행성능으로는 간단히 해독될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안산업계는 현재 양자 컴퓨팅머신의 공격에도 안전한 암호체계 개발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놓였다. 양자암호와 포스트-양자암호 기술의 양자 컴퓨팅시대 유력한 대안기술로 관심받기 시작했다. 양자 컴퓨팅머신의 등장이 보안산업에 미칠 영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 클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Q. IT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그 기술에 높은 의존성을 갖게 됐다. 개인과 기업을 넘어, 정부도 스마트시티를 목표로 투자하고 있다. 그럴수록 디지털 전환에서 보안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라고 보는데, 주의해야할 사안은?
초연결시대에는 기업, 정부조직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지능형 정보기술에 대한 의존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기업과 정부도 보안기술에 주력한 디지털전환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개인 차원의 디지털전환도 강조하고 싶다. 평소 소홀히 하게 되는 비밀번호 관리, 정기적인 보안 패치 업데이트 등 개인정보보호 및 개인보안체계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내가 올린 정보가 어디에 올라가고, 어떻게 활용되는지 등 데이터에 대한 개인의 이해도도 중요하다.
Q. 데이터 프라이버시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일상에서 알고리즘을 통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수집된 빅데이터가 곳곳에 활용된다. 그런데 미국도 유럽연합도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대로 최근 대두되는 세계적인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데이터 프라이버시 이슈다. 최근에 한국인터넷정보학회에서도 소셜미디어·소셜네트워크·소셜서비스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학회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정보기술 선진국을 중심으로 데이터 프라이버시가 강조, 확산함에 따라 세계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과 소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도 관련 법제도 및 규제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함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국은 기업보다 CCTV 등 정부가 가진 데이터가 많다. 이런 상태에서 데이터 활용을 제재하고 데이터 프라이버시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역설적으로 국가 또는 개인의 데이터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히 산업군에서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CCTV 설치, 위험 정보 수집이 필요한데 모니터링 당한다 생각하고 이걸 거부하면 보안 분석 활동에 제한이 있지 않겠나. 어떤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가와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규제하면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부족해 개인에게 피해로 돌아올 수도 있다. 적당한 속도조절이 중요하다.
Q. 정보기술분야도 늘 인력난인 것 같다.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IT 분야는 떠오르는 산업으로 촉망받으며 학생들의 관심을 끈지 10년도 넘었다. 현재의 IT 기술 인력 양성 방식과 고용 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인력난이 정말 심각하다. 첫 번째로 절대적인 전공자 수 자체가 적다. 국내 컴퓨터과학 석사 과정 졸업 인원이 전국에 500명이 채 안 된다. 중국은 한 학교에서 컴퓨터 과학 석사가 5천 명에 달한다고 한다. 게다가 모두가 전공대로 취업하지도 않으니 인력은 더 부족해 질 수밖에 없다.
또 젊은 사람들 사이에 대학원 기피 현상이 있는 것 같다. 대학원 내 한국 학생이 줄고 외국 학생들이 자리를 채우게 되면, 역할 면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국제 논문을 작성할 때, 외국어에 능통한 외국 학생들이 연구와 논문 작성을 맡고 한국 학생들이 과제 관리 및 제안서 작성 등의 서류 작업만 맡게 되니 한국 학생들은 괴리감과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그럼 또 대학원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대기업도 예전 수준으로 직원 교육에 힘쓰지 않고 경력자를 뽑는다. 결국은 인력난이 더 심한 중견, 중소기업들이 무경력자를 뽑는데, 가르치면 이직을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인력이 고갈되고 있다고 느낀다. 우수한 인력은 계속 빠져 나가는데 새로운 인력 보강은 어렵고, 학생 입장에서는 자기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하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려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게다가 최근 공기업과 국가기관에는 개발부서가 없다. SI 기업들에 하청을 두고 유지·보수만 하고 있다. 이렇게 조직의 개발 인텔리전스가 없어지다 보니 운영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래도 쌓아두다 5년, 10년에 주기로 다 없애고 다시 시작하는 ‘빅뱅 어프로치’가 횡행하게 됐다. 열심히 배워 공기업, 대기업 취직을 원한 전공자는 결국 전산실 직원이 되니 역량을 펼칠 기회가 없어진다.
이런 구조는 장기적으로 국가전체의 핵심기술개발력까지 저하시킨다. 어떤 조직에서든 개발 인텔리전스와 운영·유지·보수 인텔리전스 두 요소가 필요하고, 이 구조를 복구시키지 않는 이상 국내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성장하기 어렵다고 본다.
Q. 국내 보안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진단한다면?
현재 사회는 끊임없이 오픈되고 있다. 개인과 기업 모두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는 기술을 어떻게 접목, 수용해 경쟁력으로 전환할지 탐색해야 한다.
또, 기술에 국경이 생기는 조짐이 보인다. 신기술이 개발됐을 때 연구자 간에 공개가 불가능하고 국가 소유로 한정되게 되면 각 국이 저마다 0에서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데이터 학습도 너무나 제한적이게 된다.
보안업계에서 중요한건 기술적인 문제보다도 결국 다 개인정보법 이슈에 달렸다.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법에서 근본적으로 제한하게 되면 기술자 입장에서는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할 것이다.
김광훈 한국인터넷정보학회 회장
한편 김광훈 박사는 2023년 한국인터넷정보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경기대학교 소프트웨어경영대학 AI컴퓨터공학부 교수, 콘텐츠융합소프트웨어연구소 소장, 범죄예방능동빅데이터연구소 소장 등을 겸임하고 있는 김 박사는 학회 창립발기인으로 시작해 회원으로서 꾸준히 활동해 오다 제 11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학회의 원론적 설립목표와 국가적 차원의 학술 및 연구활동 사단법인기관으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 또 창의적, 발전적인 운영방안, 예·결산 투명성 확보, 연구활동·성과지원·회원처우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선출 소감을 밝혔다.
올 한 해 제11대 회장으로서 핵심 공약을 중심으로 학회 발전 계획 수립, 예·결산 및 인사·재무규정 제·개정, 학술논문출판의 질적·양적 성장 발판을 마련해 행정체계와 학술활동체계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